광고심리학의 개념
먼저 광고 심리학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광고심리학에는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광고가 소비자에게 작용하는 설득 성, 암시성, 유행성 등 광고의 기능을 사회심리학의 일환으로 체계화하는 연구 분야이고, 둘째는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광고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심리학의 기술과 이론을 응용하는 분야이다. 이 중에서 사회적인 기대치를 고려하면 후자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주요 영역으로는 다음 몇 가지가 있다.
① 지각 연구와의 관련: 광고는 소비자의 지각을 통하여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광고가 소비자에게 어떤 효과를 미칠 것인가에 대해 주로 실험심리학적 측정에 기초하여 연구한다.
② 기억연구와의 관련: 광고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구매 행위와 결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광고 내용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기억되는가, 또 광고의 반복에 의해 그 기억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등이 주요 연구과제가 된다.
③ 소비자행동과 관련된 연구: 광고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 소비자의 행동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 구매동기는 무엇인가, 디자인이나 CM이 소비자에게 설득력이 있는가, 소비자가 갖는 상품 이미지는 구매와 어떻게 결부되는가 등을 연구한다. 이밖에 광고효과 측정 방법과 관계된 연구, 서브리미널(subliminal) 광고의 연구 등이 있다.
광고와 심리학의 만남
광고심리학에 관련된 많은 분야가 있으나 실제로 광고심리학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의 태도와 행위에 대한 변화관찰"일 것이다. 처음부터가 광고란 아름다움이나 독특함, 혹은 객관적 사실 전달의 측면이 아니라 "물건을 잘 어떻게 하면 많이 팔게 만들 수 있을까?"의 일부로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는 대상에 대한 내용이 주된 관심사인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Walter Dill Scott가 지은 "The Theory of Advertising : A Simple Exposition of the Principles of Psychology in Their Relation to Successful Advertising"이나 Harry Levi Hollingworth이 지은 " Advertising and Selling : Principles of Appeal and Response" 같은 초기의 많은 광고 관련 책자들의 대부분이 광고를 통한 심리적 소구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 "어떻게 무엇을 잘 말하면 광고를 본 사람들의 마음이 광고를 만든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겠는가?"라는 문제에 대부분의 연구 주제가 쏠린 것 같다.
결국 이 테마를 둘러싼 연구 방법과 응용 대상, 연구 범위 등에서 차이가 날 뿐 광고학의 최대 관심 연구 분야는 어느 학문 분야건 크게 다르지 않으며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고학의 주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근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광고심리학의 동향은 무엇이 좌우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을까? 또 크게 변하지 않은 주 연구 테마의 테두리 안에서 세세한 연구 방법이나 관심 분야는 무엇이 달라져 왔을까?
광고를 가장 많이 연구하고 있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두 분야에서 이 문제를 고찰해 보면 상당히 비슷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심리학의 학문적 변화가 광고 연구의 방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물론 심리학의 몇 개 분파와 관련된 이론들이 오늘의 의사전달학과 소비자 행동, 소비자 심리학의 모태가 된 점을 그 이유로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어떤 심리학의 큰 물줄기의 변화가 마케팅이나 의사전달학의 연구, 관심 분야를 쉽게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러한 큰 물줄기란 다름 아닌 이론의 배경을 의미하는 Paradigm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시작된 Freud의 심리분석에서부터 최근 인간을 하나의 자아실현, 충족의 완성 가는체로 보는 인본주의적인 심리학 경향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인과관계가 시각적이 크게 달라져 왔다. 인간의 마음을 읽고, 변화시키고, 행동을 유발케 하는 것이 광고심리학 제 분야의 주된 관심이었다면 이러한 심리학 Paradigm의 변화는 당연히 광고학의 연구 동향에 지대한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다.
광고심리학의 변화와 발전 경향
Paradigm이란 사회학자인 Thomas Kuhn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서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창을 이야기한다. 즉, 사회과학에서 이론이나 가설보다 훨씬 큰 의미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기본입장이나 연구의 출발점을 말한다. 실제 심리학에서는 Paradigm이란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으나 내용상 이 단어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기본입장을 잘 나타내기 때문에 이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겠다.
광고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인간의 태도나 의도, 나아가서 행동에 이르기까지 무엇에 의해 설명을 시도하느냐 하는 것은 "광고 심리의 Paradigm"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항상 성적 욕구의 충족을 추구하는 인간은 어떻게든 성적인 자극이 가해지는 광고의 메시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는 소비자 개인이 평소 가장 많이 그리고 강하게 노출됐던 자극에 의해 민감하게 영향받는다는 입장과는 광고 심리적인 Paradigm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요소를 광고 분석의 기본 단위로 보며 어떤 측면에서 광고효과를 설명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회과학 이론이 그러하듯 어떤 현상을 총체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단일 이론은 없는 것이며 또한, 각 Paradigm은 그 나름대로 현상의 설명과 해석력에 장,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기 쉽기 때문이다.
이제 설명할 각 Paradigm과 거기에 속한 수많은 이론은 광고 현상에 대해 마찬가지로 각기의 장단점을 지니고 앞서 유행하던 Paradigm에 대한 비평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1) 심리분석 - 성적 광고와 잠재 성광고
현대 심리학의 발달은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Freud에 의해 시작됐다. 수많은 개념과 관찰법으로 심리학의 학적 체계를 마련한 Freud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본능을 통해 인간 행위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 이른바 심리 분석학으로 알려진 이들 고전 심리분석 학파들은 우선 인간의 행위 자체가 경험이나 외부 자극보다도 타고난 본능에 의해 지배되며 우리가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는 Ego의 영역은 극히 제한적이며 이 밑에는 엄청난 본능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Freud의 정신분석학의 Paradigm은 Carl Jung, Anna Freud, Erik Erikson, Alfred Adler 등에 의해 승계되었으며 기본개념들이 많이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심리분석학의 이론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의 치료와 성격 형성에 기여했기 때문에 당시 광고와의 연관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당시 미국에서의 광고 산업이 본격화되지 못했으며 시각 매체인 TV가 나오기 전이다. 더더욱 심리분석학의 아이디어가 광고에 접합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심리분석학의 이론들은 미국의 광고 산업과 광고학의 이론이 크게 번창할 때인 1960년대와 70년대에 빛을 보게 됐다. 즉 잠재성 광고(subiminal advertising)와 성적 광고의 활용이 그것이었다.
잠재성 광고의 아이디어는 광고의 "자극 의식의 필요 조거론"을 무시하고 보다 과감하고 특수한 시도를 하자는 것이다. 즉, 인간의 심리적 반응이나 행동은 반드시 어떤 외부 자극의 의식, 정보처리(information-processing) 및 기억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가정하에 소비자의 잠재적 지각(subliminal perception)에 의한 반응의 가능성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잠재성 광고는 대부분 성적인 욕구나 동기를 자극하는 방법과 결부되어 있다. 이는 수동적인 지각(passive perception)에 의해 무의식적인 본능(unconscious instinct)을 자극하고 행동을 유발하는 방법에 의존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무의식에 깔린 본능적인 것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지각을 피하고 잠재적인 지각에 의존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들은 당시 미국 광고학의 이론들을 받쳐주고 있던 행동주의(behaviorism)나 인식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적인 사고로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paradigm의 기본입장은 인간은 의식적으로 지각(awareness)한 것 만에 대해 반응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 Freud나 Jung 등 고전 심리 분석 학파들의 이론들을 인용해야 했다.
심리분석 학파들의 이론 중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일컬어지는 Ego의 자아 보호 개념은 잠재성 광고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됐다. 이는 어떠한 소재를 광고에 이용해야 하며 어떠한 방법으로 지각시켜야 효과적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심리분석학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자극 중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자아내는 것들, 특히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아이디어나 대상에 대해 Ego는 억제(repression), 분리(isolation), 희귀(regression), 부정(denial) 등의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억제의 방법은 잠재성 광고의 원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억제란 불안감, 불쾌감, 그리고 의식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들이 의식적인 사고 작용에 들어가지 못하게 누르는 작용을 말하는데 이 억제에 통제당한 지각은 무의식 속으로 다시 밀려들어 가게 된다. 그러나 억제에 의해 무의식 속에 남아 있게 되는 그 자극은 의식화된 연상(association)에 의해 다시 나중에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잠재성 광고가 의도한 목적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수많은 성적 광고, 그리고 다양한 성적 표현들은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eye-catching)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고 있는 욕구와 상품구매를 광고로 연계시키려는 고도의 광고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잠재성 광고에 대한 이론은 미국학계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많은 실험과 검사 결과 지각(awareness)없는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결론 내는 학자들의 의견이 우세했으나 Dixon의 "Subliminal Perception-The Nature of the Controversy"란 책에서 잠재성 인식의 가능성이 주장되고부터 이 잠재 성광고의 효력은 다시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또한 Packard의 "the Hidden Persuaders"와 Key의 "Subliminal Seduction" 등의 책에서 잠재 성광고의 효능에 대해 큰 가능성과 힘이 주장되었다.
현재의 경향
미국의 잠재 성광고에서는 성적인 주제가 대부분인데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나 개인의 규범적으로나 용납될 수 있고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지극히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것들이 주제가 된다. 성적으로 금기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범하고 싶은 많은 것들이 표현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잠재성 광고란 단순히 성적 금기(taboo)를 주제로 유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잠재성 광고의 특징은 자극의 인지가 극히 힘들고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지각의 한계는 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넓으며 그 의식한계선 이하의 자극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잠재성 광고는 모든 종류의 상품에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취향, 멋, 그리고 오락적 기호에 관계된 low-involvement product(예를 들면 술, 담배, 화장품, 인형, 스포츠용품, 남성 혹은 여성 전용 잡지 등)에 잘 이용된다.
성적 광고와 잠재성 광고는 지금도 미국에서는 크게 유행하고 있으며 그 효과와 이론적인 근거에 대해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유의해야 할 사항은 비교적 최근에 유행되기 위해 시작한 이 광고의 기법과 이론들이 심리학에서는 최초의 paradigm인 심리분석학에서 그 이론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도 심리학의 성격 이론의 기본이 되고 있고 정신의학 등 중요 심리학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심리 분석학적 Paradigm이 뒤늦게나마 미국 광고학에 등단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